[학교안전 긴급진단] ② 학교전담경찰관·CCTV 확대, 여전한 딜레마
"SPO 확충논의 고무적" 과제 첩첩산중…교육기관 자율성 침해 논란도
교원들 "기본권 침해" 교실CCTV 반대…교실 외 설치 등 대안 법안 계류
소지품 검사도 논쟁거리…청주 흉기난동 사건에 특수교사 부족난 불거져
[※ 편집자 주 = 지난달 28일 청주에서 특수교육 대상 고교생이 교내외에서 흉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교장 등 교직원과 일반 시민을 포함해 6명이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의 아픔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충격을 더했습니다. 학교는 우리 사회를 짊어질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아 교육가족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학교 안전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안전한 학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 등의 제언을 소개하는 3편의 기사를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학교에서 강력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안전망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주요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는 인력 부족 문제 등을 겪고 있으며 폐쇄회로(CC)TV 설치나 소지품 검사와 같은 물리적 대응법은 인권 침해 논란에 부딪혀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 청주에서 발생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흉기난동 사건은 특수교사 부족 문제를 상기시켰다.
◇ SPO 확대 법안 발의됐지만 실현 가능성 미지수
SPO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예방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됐다.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소속돼 학교폭력 신고(117) 사건 처리, 학교폭력 예방 교육,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 학교폭력 단체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SPO는 학교폭력 관련 업무에만 집중할 뿐 학교 안전 전반을 '전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 10개교가량 맡다 보니 상당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의 한 SPO는 "범죄 예방을 위해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여러 교사를 만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학폭 담당 교사만 소통해 애로사항이 많다"며 "여기에 경찰관 1명이 담당해야 할 학교가 많은 점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토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514명 정원으로 시작한 SPO는 올해 1천127명에 이른다.
1인당 10.7 개교를 담당하며, 담당 학생 수는 약 6천명으로 추산된다.
연도별 정원은 2022년 983명, 2023년 1천114명, 지난해 1천133명으로 큰 변동이 없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에 의해 살해된 김하늘 양 사건을 계기로 모든 학교에 SPO를 1명씩 배치해 상주토록 하고, 학교폭력 외에 교내 범죄 전반을 다루도록 업무와 권한을 강화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 발의됐다.
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예산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전국에 약 1만2천개의 학교가 있다. 학교별로 SPO를 배치하려면 1만명 이상의 국가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통상 안전 관련 인력은 2인 1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SPO 확대에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고, 제도 정비를 통해 업무 범위도 세부적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학교 안전 관리·감독 책임은 교장에게 있는데 SPO는 학교장과 경찰서장 중 누구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아울러 학교가 자체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학교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고민할 문제"라고 전했다.
◇ 인권 침해 논란 낳는 CCTV 확대론…소지품 검사 '유명무실'
교내에서 강력 사건이 터지면 그 대안으로 CCTV 확대 설치나 소지품 검사 등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차량 블랙박스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범죄 심리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실은 교원·학생들의 인권과 직결된 곳이어서 CCTV가 없는 유일한 교내 공간으로 남아 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와 범죄 예방을 위한 교내 CCTV는 정문이나 후문, 운동장, 복도 등에만 설치돼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3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6천1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교원 85.6%가 교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교사와 학생의 초상권 및 사생활 등 기본권 침해'(35.1%)가 가장 많았다. 하늘 양 사건으로 교내 CCTV를 교실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됐으나, "교실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회의론이 교육계에서 제기됐다.
교내 CCTV 설치가 워낙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교실을 제외한 학교시설에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정도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하늘 양이 숨진 직후인 지난 3월 김문수(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또 학생의 안전 확보를 위해 시도교육청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를 설치·운영하거나 지자체의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가 학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관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비슷한 시기 국회에 발의됐다.
소지품 검사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소지품 검사는 위험한 물품을 학교에 반입하는 것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의 일부 학교에선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책가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학교장과 교원은 학생이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물품을 소지했다고 의심이 될 경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학생의 물품을 조사하거나 분리해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충북교육청 생활교육팀 관계자는 "의심이라는 전재 자체가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교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무작위 검사를 할 수도 없는데 의심되는 특정 학생만 조사하면 주홍 글씨를 새기는 것과 다름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고개를 저었다.
미흡한 외부인 출입 통제 시스템도 학교의 전반적인 보안 수준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전에선 2023년 졸업생이 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피습한 적이 있어 외부인 출입 통제가 강화된 바 있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신원 확인 절차가 미흡한 경우가 있다"며 "출입 통제시스템뿐 아니라 학교 경계를 구분하는 울타리나 담장 같은 물리적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수학생 4명당 교사 1명이 원칙인데…"현재 학급수·인력 한계"
청주에서 발생한 특수교육 대상 고등학생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특수교육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적으로도 과밀 특수학급 비율은 2022년 8.8%, 2023년 9.9%, 2024년 10.1%로 증가세에 있다.
이 기간(2022∼2024년) 특수학생은 총 1만1천915명 늘었지만, 특수교사는 2천122명 증원에 그치며 올해 특수교사 1명당 특수학생 수는 4.27 명에 달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은 특수교사 적정 배치 기준을 학생 4명마다 1명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고교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1명(다른 3명은 일반학급 소속)인데 특수교사는 2명뿐이다.
법대로라면 3명의 교사를 배치해야 하지만, 충북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특수교사 정원 문제로 유치원 4명, 초등생 6명, 중학생 6명, 고등학생 7명의 학급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배치한다.
특수학급에 학생이 4명 미만이라도 특수교사는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장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학급수와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중·고등학생은 신체적으로 성인에 가까워 교사보다 덩치가 큰 학생 8∼9명이 한 학급에 있으면 세심한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선 특수학급 수 조정과 지원 인력의 확충이 전폭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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